1960년대 제가 태어나기 전이지만 이 시기 전세계는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과 함께 냉전 시대에 돌입해 있었습니다. 두 국가가 보유한 핵무기는 서로를 향하고 있었고 언제 일어날지 모를 핵전쟁의 공포가 인류를 지배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영화 ‘더 스파이’(원제: The Courier)는 도미닉 쿡 감독으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 를 배경으로 핵전쟁 위기를 막아낸 인물들에 대한 실화를 재구성해 인상적인 드라마와 스파이 스릴러를 함께 그려낸다. (이 후기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 인명·지명 등은 영화 자막을 기준으로 표기함.)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열정적인 사업가, 돈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일중독자 그레빌 윈 은 어느날 국정원과 같은 요원들에게 제안을 받습니다.
그것은 영국과 소련을 오고가며 일을 해달라는 제안입니다. 즉 국가를 위해 보안요원, 국정원 직원이 되어 달라는 요청입니다.
나에게 이런 제안이 언젠가 온다면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분명 이 국정원 직원도 많은 돈을 주면서 이 업무를 맡겼으리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나라를 위해서 해보고 싶네요. 물론 그 머니?의 액수도 중요하겠지요. 위험수당과 그에 버금가는 금액이 따라줘야 되겠지요.
하여튼 이렇게 시작했지만 결국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해버린 주인공이 된 듯 합니다. 일과 생활은 분명히 분리해야 하고, 냉철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어느듯 그 일과 삶의 간격이 사라지고, 긴장의 끈도 놓다보니 결국 주인공들은 잡히게 됩니다.
그레빌은 소련 군사정보국 소속의 올레크 펜콥스키 대령을 만나서 소련의 기밀정보를 받아냅니다. 올레크 대령은 스탈린의 뒤를 이은 후르시초프를 두려워합니다 충동적인 권력자인 후르시초프가 언젠가는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릴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소련의 군사 정보를 빼돌려서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보를 그레벨에게 넘기고 미국에 정보를 넘기곤 합니다
그렇게 인연은 시작되고,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되지만, 꼬리가 길면 발핀다는 속담이 있듯이 올레크가 하는 일이 결국에는 KGB의 감시망에 걸리고 맙니다 그레빌은 처음에는 돈을 위해서 했다면 나중에는 올레크와의 우정? 브로맨스를 가지게 되면서 친밀감을 더해 갑니다.
그러다가 상황이 위험해지고, 올레크 대령이 위험해지고 망명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직접 그를 구하기 위해 다시 소련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보안요원들은 위험하기 때문에 절대 가지 말라고 하지만, 신념에 따라 행동하다가 결국 소련에 들어가서 두 사람 모두 잡히고 맙니다.
제일 강렬한 영화의 한 순간을 뽑는다면 올레크대령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소련에 들어와서 같이 볼쇼이 발레공연을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한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남습니다. 수만가지의 생각이 그 순간에 일어 났을 것입니다.
백조의 호수를 같이 보게 만든 콘티 또한 의미를 두고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백조의 호수에서 사랑하는 오네트공주를 구하려고 하지만 결국 지그프리드 왕자는 숨을 거두게 되고, 결국은 악마 로트바르트를 꺽게 됩니다 동일하게 두 사람이 모두 살길 바라지만, 결국 올레크대령은 소련에서 무덤에 이름도 없기 죽게 되고 그레빌만 살게 되며, 국가적인 상황도 공황상태에서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의 공포속에서 안정으로 바뀌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이런 백조의 호수의 내용을 알고 보고 있는 그레빌의 눈동자는 수만 가지 생각으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올레크대령도 두려운 미래를 생각하는 듯 백조의 호수를 보면서 강렬한 눈빛과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소련 혹은 러시아의 문화를 이 영화 속에서 알 수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발레나 오페라 공연을 보는 것입니다 이 나라는 근로자이든 하층민이든 발레, 오페라 공연 관람이 문화 생활이며, 공연을 보러 갈때면 평소에 입던 옷이 아니라 모두 정장과 깔끔한 옷을 차려입고 갑니다. 저도 수십년전에 러시아 페테스부르크에 가서 오페라 공연을 보면서 이 나라 친구들의 오페라 사랑하는 모습과 세련된 복장을 하고 관람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게 러시아구나 라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다시 영화 속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두 사람은 잡히게 되고, 위에서 말씀 드린대로 소련의 대령은 죽게되고 배신자로 찍혀 이름도 없는 무덤에서 잠자고, 그러나 와이프와 가족은 조용이 살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국가의 파워게엠에 따라 사업가 그레빌은 풀려나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고 노후도 사업가로 이름을 남기다가 죽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영국 영화 특유의 화려한 배경과 의상들, 시대에 걸맞는 건축들을 구현해 내는 CG들, 미국 헐리우드 영화가 한 인간을 완전히 영웅으로 만든다면, 영국 영화는 한 인간의 일대기를 나름 평범하면서도 강렬하게 만들어내는 특유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그래서 영국영화는 늘 믿고 보는 편입니다.
또한 스릴러 영화 특유의 긴장감을 어느 정도 연출은 했지만, 흑백 화면 같은 장면들이 더 역사적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은 좋지만, 그것으로 인해 긴장감은 약간 사라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